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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 메시아 ‘할렐루야’ 해설 섬네일 이미지

 

서론: 성서의 말씀을 음악으로 펼친 대서사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HWV 56)는 음악사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종교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오페라의 극적 요소와 교회음악의 경건함을 결합해, 무대와 의상 없이도 청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1741년 8월 불과 24일 만에 작곡을 마친 후, 1742년 4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런던에서 개작과 재연을 거치며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메시아>의 가사는 찰스 제넌스가 성경 구절(구약·신약·시편)을 발췌하여 구성했습니다. 전체는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Part I은 예언과 탄생, Part II는 수난과 부활, Part III는 종말과 구원이라는 흐름을 가집니다. 특히 Part II의 마지막에 놓인 ‘Hallelujah’ 코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합창곡 중 하나로, 종교적 감동과 음악적 웅장함이 결합된 순간입니다.

 

1) 오라토리오 형식과 헨델의 접근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처럼 성악·합창·관현악을 사용하지만, 무대 연기나 의상이 없고, 성서나 종교 이야기를 다루는 형식입니다. 헨델은 이미 수십 편의 이탈리아 오페라를 작곡했으나, 1730년대 후반 런던에서 오페라의 인기가 쇠퇴하자 오라토리오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시아>는 그중에서도 극적 서사보다 텍스트의 명확한 전달에 비중을 둔 작품입니다.

형식은 레치타티보–아리아–코러스의 반복 구조를 기본으로 합니다. 레치타티보는 말씀을 또렷하게 전하고, 아리아는 특정 감정을 확장하며, 코러스는 공동체적 응답과 선언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청중은 말씀을 이해하고, 그 의미에 공감하며, 감정적으로 동참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2) 세 부분의 흐름과 대표 장면

 

Part I: 예언과 탄생
“Comfort ye, my people”로 시작하는 테너 레치타티보는 청중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이어지는 “Every valley shall be exalted” 아리아에서는 험한 길이 평탄해질 것이라는 예언이 밝고 경쾌한 선율로 표현됩니다. “For unto us a Child is born” 코러스는 푸가토 형식으로 기쁨을 확산시키며, 예언이 성취되는 탄생 장면의 환희를 전달합니다.

 

Part II: 수난과 부활
이 부분은 그리스도의 고난을 묘사하는 장면이 중심입니다. “He was despised” 메조소프라노 아리아는 긴 호흡과 느린 템포로 깊은 슬픔과 배신감을 그립니다. 이어지는 합창 “Surely He hath borne our griefs”는 강한 리듬과 중음역 화성으로 수난의 무게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Hallelujah” 코러스가 폭발합니다. 장조의 밝음, 힘찬 트럼펫과 팀파니, 상승하는 선율이 어우러져 부활과 승리를 선포합니다.

 

Part III: 종말과 구원
마지막 부분은 요한계시록의 구절과 바울 서신의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소프라노 아리아는 부활의 확신을 고백하며, 최종 “Amen” 코러스는 대위법적 중첩을 통해 영원한 찬양을 완성합니다.

 

3) 감상 포인트와 연주 관행

 

이 작품의 핵심은 텍스트의 전달입니다. 원전 연주(HIP)에서는 비교적 빠른 템포와 가벼운 발성을 사용해 단어 하나하나를 선명히 들리게 합니다. 현대 대규모 합창단·오케스트라는 더 웅장하고 장중한 해석을 선호합니다. 특히 “Hallelujah”에서 청중이 기립하는 전통은 18세기 영국 국왕 조지 2세가 감격해 일어섰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역사적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습니다.

감상할 때는 레치타티보에서 문장 억양과 운율을, 아리아에서는 장식음과 감정의 고조를, 코러스에서는 대위법적 결합과 화성 변화를 주목하면 좋습니다. “Hallelujah”의 경우, 단순 반복처럼 들리지만, 각 구절이 서로 다른 화성 진행과 리듬 변형을 거치며 청중의 기대와 긴장을 유지합니다.

 

4) 음악사적 의의

 

<메시아>는 헨델의 명성과 오라토리오 장르를 모두 부흥시킨 작품입니다. 종교 음악이면서도 콘서트홀, 교회,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될 수 있었고, 언어 장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과 텍스트가 긴밀히 결합된 구조는 이후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야> 같은 대작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메시아>는 단순한 종교 공연을 넘어, 연말·성탄 시즌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특정 신앙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보편의 희망과 환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작곡 배경과 사회적 맥락

 

1741년 헨델이 <메시아>를 작곡할 당시, 그는 심각한 재정난과 건강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오페라 흥행 실패로 경제적 기반이 무너졌고, 경쟁 극단의 등장으로 런던 무대에서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그는 종교적 주제를 선택해 새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헨델이 <메시아>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초연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단순히 새로운 청중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현지 자선 단체를 위한 기부 공연이었기 때문입니다. 초연 당시 수익금은 빚에 시달리는 수감자들의 석방과 병원 지원에 쓰였습니다. 즉, 이 작품은 탄생 순간부터 자선과 공동체 정신을 담은 음악이었습니다.

 

6) 공연 역사와 해석의 변화

 

<메시아>는 초연 이후 런던으로 무대를 옮기며 점차 규모가 커졌습니다. 헨델은 공연 상황에 따라 곡을 자유롭게 수정했는데, 예를 들어 특정 아리아의 성부를 바꾸거나 악기를 교체하는 식이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거대한 합창단(수백 명)과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 ‘빅 <메시아>’가 유행했고, 이는 곡의 장엄함을 극대화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원전연주 운동(HIP)이 확산되면서, 당시 악기와 소규모 합창단을 사용하는 보다 날렵하고 명료한 해석이 부활했습니다. 오늘날 연주자와 청중은 웅장함과 섬세함 중 어떤 해석을 선택할지 고민하며, 두 가지 전통이 나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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