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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든 교향곡 101번 ‘시계’ │ 유머와 리듬의 미학

    하이든 교향곡 101번 시계 악보 이미지

     

    서론: ‘교향곡의 아버지’가 남긴 또 하나의 유머

     

    요제프 하이든(1732~1809)은 교향곡 장르를 완성하고 발전시킨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의 후기 교향곡들은 런던 체류 시기에 작곡된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중 교향곡 101번 D장조, 일명 ‘시계(Die Uhr)’는 제2악장에서 반복되는 ‘틱톡’ 리듬 때문에 붙은 별칭입니다.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하이든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형식미가 결합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가장 자주 연주되는 하이든 교향곡 중 하나입니다.

    ‘놀람 교향곡(94번)’처럼 청중을 웃게 하는 의외성, ‘런던 교향곡(104번)’처럼 장대한 스케일을 모두 갖춘 이 곡은, 하이든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작곡 배경: 런던에서의 성공

     

    교향곡 101번은 하이든이 두 번째 런던 체류(1794~1795) 중에 작곡했습니다. 이 시기 그는 ‘런던 교향곡(12곡)’으로 불리는 대작들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런던 청중은 하이든을 열광적으로 환영했고, 그의 신작 교향곡은 극장에서 매번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01번은 1794년 3월 3일 런던의 킹스 극장(King’s Theatre)에서 초연되었으며, 그 자리에서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특히 제2악장의 독특한 리듬은 청중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평론가들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발한 작품”이라 극찬했습니다.

     

    구조와 악장 구성

     

    교향곡 101번은 전통적인 4악장 구조를 따릅니다.

    1. 제1악장: Adagio – Presto
    2. 제2악장: Andante (별칭 ‘시계’)
    3. 제3악장: Menuetto: Allegretto
    4. 제4악장: Finale: Vivace

    전체적으로 밝고 유머러스하며, 리듬적 생동감이 돋보입니다. 하이든의 교향곡에서 흔히 발견되는 예상치 못한 전개농담 같은 음악적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제1악장: 장엄한 서주와 에너지 넘치는 프레스토

     

    교향곡은 장중한 서주(Adagio)로 시작합니다. 낮은 음역의 현과 금관이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청중을 긴장시킵니다. 그러나 곧이어 빠른 프레스토(Presto)로 전환되면서, 활기차고 역동적인 주제가 나타납니다. 이 대비는 하이든 교향곡의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101번에서는 특히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리듬감이 뚜렷해, 청중을 단숨에 몰입시키는 힘을 갖습니다. 하이든은 전개부에서 주제를 자유롭게 변형하며 대위법적 긴장을 쌓아 올린 뒤, 재현부에서 안정감을 회복시킵니다. 이는 하이든이 단순히 유머러스한 작곡가가 아니라, 형식미를 완벽히 다룬 거장임을 보여줍니다.

     

    제2악장: ‘시계’라는 별칭의 이유

     

    이 곡의 별칭을 결정지은 제2악장은 안단테(Andante)입니다. 현악기와 바순이 만들어내는 ‘틱톡’ 리듬이 시계 초침을 연상시킵니다. 단순한 반복이지만, 이 리듬이 곡 전체를 지배하며 청중의 귀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틱톡’ 리듬 위에 다양한 변주와 대조가 덧입혀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소박하고 단순하게 들리지만, 점차 관현악의 색채가 더해지고 화성적 긴장이 높아지며, 예상치 못한 폭발적 포르테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는 하이든이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를 어떻게 풍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2악장은 하이든 특유의 ‘청중 놀리기’ 기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평화로운 시계 리듬에 안심하고 있던 청중은 갑작스러운 강렬한 합주에 깜짝 놀라게 되고, 다시 익숙한 리듬으로 돌아오며 웃음을 짓게 됩니다. 이러한 유머러스한 장치는 오늘날에도 청중을 즐겁게 합니다.

     

    제3악장: 우아하면서도 힘 있는 메뉴에트

     

    제3악장은 전통적인 메뉴에트와 트리오 형식입니다. 그러나 하이든은 단순히 춤곡적 우아함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듬과 화성에서 의외성을 부여합니다. 당당한 리듬과 명확한 구조 속에서도,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악구와 강세가 등장하여 긴장을 유발합니다.

    트리오 부분은 상대적으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띠며, 전체 악장에 대비와 균형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대조는 교향곡 전체의 드라마적 긴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4악장: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피날레

     

    마지막 악장은 Vivace 지시어대로 매우 활발하게 전개됩니다. 빠른 템포와 명쾌한 리듬은 청중을 흥분의 정점으로 이끌며, 곳곳에서 하이든 특유의 예상치 못한 전개가 등장합니다. 갑작스러운 다이내믹 변화, 음향의 비움과 채움, 대위법적 전개 등이 교차하면서, 청중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교향곡은 환희와 유머가 결합된 장대한 결말을 맞이하며, 하이든 교향곡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음악적 특징과 의의

     

    교향곡 101번은 하이든의 후기 교향곡답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리듬의 유머: 단순한 ‘틱톡’ 리듬이 악장의 정체성을 결정.
    • 예상치 못한 전개: 갑작스러운 포르테나 화성 전환으로 청중을 놀라게 함.
    • 형식미와 완숙함: 전통적인 4악장 구성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창의적 변화를 가미.
    • 청중과의 소통: 런던 청중의 취향에 맞춘 유머러스한 장치와 에너지.

    특히 제2악장은 하이든이 ‘청중의 반응’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는 단순히 음악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청중이 놀라고 웃고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오늘날의 감상 포인트

     

    교향곡 101번을 감상할 때는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기억하면 좋습니다.

     

    • 제1악장의 서주와 프레스토의 극적 대비.
    • 제2악장에서 반복되는 시계 리듬과 그 위에 덧입혀지는 변주.
    • 메뉴에트와 트리오의 대조적 성격.
    • 피날레에서 폭발하는 에너지와 유머.

    특히 제2악장의 시계 리듬은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이지만, 이를 어떻게 10분 이상 지속적이고 흥미롭게 발전시키는지에 주목해 보세요. 하이든의 창의력과 작곡 기법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하이든 교향곡 101번 ‘시계’는 단순한 별칭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리듬 하나를 통해 청중을 즐겁게 하고 놀라게 하며, 동시에 교향곡 형식의 완숙미를 보여줍니다. 이는 하이든이 단순히 ‘형식의 아버지’가 아니라, 청중과 소통하는 유머러스한 예술가였음을 증명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연주되며, 청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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